TRIGGER WARNING : 학교폭력
"… … 어이가 없네."
임관주 서인국
묵 설 담 ; 墨 偰 談
25 XY K대 경영
척 보면 딱이지. 곱상한 얼굴에 상처 없는 손, 주름 하나 없이 유들한 눈매는 그가 곱게 자란 자식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183의 큰 키에 어느 곳에 내놓아도 꿀릴 것 없을 것 같은 체격, 늘 곧은 허리는 남자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당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게 했다. 다만 그 표정이 고왔냐고 묻는다면, 글쎄. 늘 어딘지 남을 깔아보는 듯한 눈빛, 슬쩍 올라가 있는 입꼬리는 눈 앞의 사람을 비웃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저 원래 생겨먹은게 그렇지 않냐고 한다면 또 할 말은 없다만.
마치 제 성씨처럼, 비추는 색 하나 없이 검게 내려온 머리칼은 눈썹 즈음에서 흩어졌던가. 곱슬거림 하나 없는 생머리는 투블럭으로 쳐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머리와 같은 색으로, 마치 그려놓은 양 짙게 뻗은 눈썹은 직선을 그렸다. 웃을 때면 보일듯 말 듯한 애교살이 올라오는 눈은 속쌍꺼풀이 져 끄트머리가 날카로웠다. 왼쪽 눈 아래 박힌 눈물점은 언뜻 무난해보이는 얼굴 가운데 시선을 끌었다. 몸에 점이 없으면 귀신이라며, 하는 농담을 곧잘 하던 그였으니까. 매끄러운 버선 모양으로 쭉 빠진 콧대는 약간 크긴 했지만 얼굴의 균형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약간 짧다 싶은 인중과 그 아래의 도톰한 입술. 말간 밀빛 피부에 조금 선명한 색의 입술은 그의 얼굴에 활기를 더했다.
그 아래 있던 목은 유달리 곧게 뻗었던 것 같다. 아마 그의 몸에서 가장 고운 부위를 (굳이)고르라면 목이 아닐까. 바른 목선은 어깨로 내려와 매끄러운 호선을 그렸다. 꽤 벌어진 어깨는 옷태를 살게 만들었고, 두꺼운 겨울옷을 걸쳤음에도 언뜻 드러나는 몸선은 그가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깔끔한 흰색의 셔츠와 옅은 아이보리 빛의 니트, 가볍게 붙는 검은 바지와 발목까지 올라오는 워커에 짙은 회색빛의 모직코트는 딱히 무언가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그저 직접 만져보았을 때 소재로 미루어보아, 흔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아마 길거리에서 생각 없이 집어온 정도의 물건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아, 또 발이 유난히도 컸던가. 이질감이 들락 말락 묘한 정도의 크기였다.
183의 큰 키에 어느 곳에 내놓아도 꿀릴 것 없을 것 같은 체격, 늘 곧은 허리는 남자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당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게 했다. 다만 그 표정이 고왔냐고 묻는다면, 글쎄. 늘 어딘지 남을 깔아보는 듯한 눈빛, 슬쩍 올라가 있는 입꼬리는 눈 앞의 사람을 비웃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저 원래 생겨먹은게 그렇지 않냐고 한다면 또 할 말은 없다만.
마치 제 성씨처럼, 비추는 색 하나 없이 검게 내려온 머리칼은 눈썹 즈음에서 흩어졌던가. 곱슬거림 하나 없는 생머리는 투블럭으로 쳐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머리와 같은 색으로, 마치 그려놓은 양 짙게 뻗은 눈썹은 직선을 그렸다. 웃을 때면 보일듯 말 듯한 애교살이 올라오는 눈은 속쌍꺼풀이 져 끄트머리가 날카로웠다. 왼쪽 눈 아래 박힌 눈물점은 언뜻 무난해보이는 얼굴 가운데 시선을 끌었다. 몸에 점이 없으면 귀신이라며, 하는 농담을 곧잘 하던 그였으니까. 매끄러운 버선 모양으로 쭉 빠진 콧대는 약간 크긴 했지만 얼굴의 균형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약간 짧다 싶은 인중과 그 아래의 도톰한 입술. 말간 밀빛 피부에 조금 선명한 색의 입술은 그의 얼굴에 활기를 더했다.
그 아래 있던 목은 유달리 곧게 뻗었던 것 같다. 아마 그의 몸에서 가장 고운 부위를 (굳이)고르라면 목이 아닐까. 바른 목선은 어깨로 내려와 매끄러운 호선을 그렸다. 꽤 벌어진 어깨는 옷태를 살게 만들었고, 두꺼운 겨울옷을 걸쳤음에도 언뜻 드러나는 몸선은 그가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깔끔한 흰색의 셔츠와 옅은 아이보리 빛의 니트, 가볍게 붙는 검은 바지와 발목까지 올라오는 워커에 짙은 회색빛의 모직코트는 딱히 무언가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그저 직접 만져보았을 때 소재로 미루어보아, 흔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아마 길거리에서 생각 없이 집어온 정도의 물건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아, 또 발이 유난히도 컸던가. 이질감이 들락 말락 묘한 정도의 크기였다.
▶ 독고다이, 천상천하 유아독존. 속된 말로는 개썅마이웨이라고 하던가.
남들과 함께하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남자는 그러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양 늘 혼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러웠다.
다만 고독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외로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함께할 때 빛났다. 일상적으로 짓고 있는 기분 나쁜 미소가 아닌, 누군가를 보고 짓는 햇살같은 웃음은 예뻤다.
타인을 경계하는 삐딱한 태도에서 벗어나 한 걸음 더 다가가면 누구보다 당신을 위하는 소년같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친 말 아래에는 애정이, 불만스러운 표정 속에는 걱정이 숨어있었다.
▶ 충동적임. 그러나 치밀함. 홀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늘 충동적으로 시작하는 일들이지만 일단 손을 대기 시작하면 머릿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의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철저히 계획에 맞춰 움직인다.
▶누군가 자신을 동정하면 그 어느 때보다도 분개했다.
남들과 함께하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남자는 그러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양 늘 혼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러웠다.
다만 고독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외로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함께할 때 빛났다. 일상적으로 짓고 있는 기분 나쁜 미소가 아닌, 누군가를 보고 짓는 햇살같은 웃음은 예뻤다.
타인을 경계하는 삐딱한 태도에서 벗어나 한 걸음 더 다가가면 누구보다 당신을 위하는 소년같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친 말 아래에는 애정이, 불만스러운 표정 속에는 걱정이 숨어있었다.
▶ 충동적임. 그러나 치밀함. 홀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늘 충동적으로 시작하는 일들이지만 일단 손을 대기 시작하면 머릿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의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철저히 계획에 맞춰 움직인다.
▶누군가 자신을 동정하면 그 어느 때보다도 분개했다.
버림받은 이가 버림받은 이에게
마음 여린 이가 마음 여린 이에게 내밀었던
덥썩덥썩 잡았던 손목들이
싹둑싹둑 잘려나갈 때
/김소연. 고독에 대한 해석 中
마음 여린 이가 마음 여린 이에게 내밀었던
덥썩덥썩 잡았던 손목들이
싹둑싹둑 잘려나갈 때
/김소연. 고독에 대한 해석 中
▶군대는 당연히 면제. 어떤 방법으로 빠졌는지는 나도 모르겠네.
▶ 이름의 뜻은 나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도 같은데.
아, 물론 입에 담지 말라고 했지, 네 더러운 손을 숨겨줄 정도의 돈이야 충분하단다, 아들아.
▶한영그룹 상임이사 묵영환의 둘째 아들.
▶ 고3시절 두문불출 학교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나 싶더니, 그 겨울로 명문대 합격장을 받아들고 나타났다.
▶ 제 형 묵설윤에 대한 열등감. 분명 이 집을 나가면 나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인데, 형 앞에서는 유난히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미묘하게 자신보다 큰 키, 쌍꺼풀, 부드러운 미소, 늘 여유롭고 매사에 열심인 사람.
이런 집안에서 태어났으면서 답지 않게 혼자 고고한 척을 한다며 헐뜯어도 근본 없는 미움은 전혀 가시질 않았다.
도대체 왜였을까, 누구보다 가까운 혈육인데도.
▶ 이름의 뜻은 나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도 같은데.
아, 물론 입에 담지 말라고 했지, 네 더러운 손을 숨겨줄 정도의 돈이야 충분하단다, 아들아.
▶한영그룹 상임이사 묵영환의 둘째 아들.
▶ 고3시절 두문불출 학교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나 싶더니, 그 겨울로 명문대 합격장을 받아들고 나타났다.
▶ 제 형 묵설윤에 대한 열등감. 분명 이 집을 나가면 나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인데, 형 앞에서는 유난히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미묘하게 자신보다 큰 키, 쌍꺼풀, 부드러운 미소, 늘 여유롭고 매사에 열심인 사람.
이런 집안에서 태어났으면서 답지 않게 혼자 고고한 척을 한다며 헐뜯어도 근본 없는 미움은 전혀 가시질 않았다.
도대체 왜였을까, 누구보다 가까운 혈육인데도.
서 유 정
집안의 주치의라고 할 수 있는 유정을 설담은 지독히도 미워했다.
분명 기억의 한 켠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친했던 탓인지 그와 설윤, 설담 세 사람이 꽤나 정답게 놀던 때도 있던 것 같다. 그를 미워하게 된 건 형인 설윤에게 조금씩 까슬해지기 시작한, 교복을 입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유정과 설윤은 분명히 닮은 점이 있었고, 설담은 그 둘에게 동시에 열등감을 느꼈다.} 하지만 설담의 냉랭하다 못해 까칠한 태도에도, 남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유정은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어느 시점부터였는지, 둘 사이에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골이 생겨버렸다. {아마 설담이 유정의 독백, 공백에게 건네는 고해성사-제 아버지를 버리고 살아남았다는 내용의-를 듣게 된 이후였겠지.} 그리고, 설담은 늘 유정을 위선자라 부르며 경멸하고 미워했다.
분명 기억의 한 켠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친했던 탓인지 그와 설윤, 설담 세 사람이 꽤나 정답게 놀던 때도 있던 것 같다. 그를 미워하게 된 건 형인 설윤에게 조금씩 까슬해지기 시작한, 교복을 입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유정과 설윤은 분명히 닮은 점이 있었고, 설담은 그 둘에게 동시에 열등감을 느꼈다.} 하지만 설담의 냉랭하다 못해 까칠한 태도에도, 남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유정은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어느 시점부터였는지, 둘 사이에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골이 생겨버렸다. {아마 설담이 유정의 독백, 공백에게 건네는 고해성사-제 아버지를 버리고 살아남았다는 내용의-를 듣게 된 이후였겠지.} 그리고, 설담은 늘 유정을 위선자라 부르며 경멸하고 미워했다.